저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이성’의 힘을 믿는 편입니다. 사실 감정과 이성이 서로 대치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그 둘을 명확하게 나누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어느 정도는 이해를 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래도, 결정적인 순간에 제가 발휘해야하는 것은 감정적인 반응이 아니라 이성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해요. 저를 지금껏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준 것 역시 그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 시간의 총합이라고 믿고 있고요.  고민이 생기면, 저는 과하게 재고 따지기를 반복하곤 합니다. 목표를 점검하고, 제가 가진 자원과 근거를 정리하고, 상황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기준을 정비하거나 새롭게 세우고, 모든 걸 그에…계속 읽기 “지친 건 아니고?”

“안전가옥에 작가들이 드나들게 하라.” 안전가옥에서 일을 해온 이래 가장 골몰해온 문장이다. 처음 문을 연 안전가옥에 들어서서 텅 빈 책장과 라이브러리를 마주했을 때, 그때부터 이곳을 가득 채운 작가들의 모습을 상상하고는 했다. 이를 위해 안 해 본 일이 있나. 물론 있겠지만 안 해본 고민은 없는 것 같다. 세 가지 단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1. 한 번 방문하게 하는 것 2. 지속적으로 방문하게 만드는 것 3. 묶어두는 것. 이 세 가지를 가능하게 만드는 고민과 방법은 아주 다르다. 한 번 방문하게 하는 데에는 ‘혹하는 매력’이 필요하다. 예쁜 공간, 재밌는 행사…계속 읽기 “드나들게 하라”

* 커버 이미지는 넷플릭스 <보잭 홀스맨> 캐릭터 2019.3.31-2019.4.9 넷플릭스 시리즈 <산타클라리타 다이어트> 시즌3 (5점 만점에 4.5점) – 시즌2 마지막이 워낙 멋지게 끝났다보니 시즌3를 애타게 기다렸다.. 그리고 시즌3도 역시나 재밌었다…엉엉… 최고의 부부좀비코미디물… – 무엇보다 좋은 건 주인공 부부의 딸 ‘에비’의 걸파워 에너지+성장담. 시즌을 거듭할수록 시들해지는 다른 시리즈들 속 십대여성캐릭터들과 정 반대로, 에비는 십대다운, 딸다운, 하지만 무엇보다 에비다운 방식으로 강해진다. 위험에 빠진 부모님을 위해 자신이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면서당당하지만 때때로 주저하고 불안해하며 부모의 품에 안길 줄도 아는. 정말 멋지다. – 그런데 시즌4가 불발됐단다. 시즌3 엔딩에서 그렇게 일을…계속 읽기 “2019년 5월에 본 콘텐츠”

Q. 이대로 괜찮은가? 나는 이 질문 앞에서 쉽게 작아지는 편이다. 자존감 문제인지 인지부조화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이 질문은 매번 다른 문장으로 머리에 떠오르곤 한다. 뭔가 부족해서 변화를 원할 때도, 모든 것이 완벽히 충족되어서 변화가 필요없을 것 같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대로 괜찮을까?> 혹은 <이대로 괜찮을 것 같은데 정말 그럴까?> 결국 같은 이야기다. 사실 애초에 문제를 드러내기 위한 질문 아닌가. 그러니 이 질문에 유쾌해질리가 없다. 답답했다. 괜찮다고 생각하면 거짓말같아서 짜증이 났고, 괜찮지 않다고 생각하면 열심히 사는게 억울해서 짜증이 났다. 생각하기 싫은데도 일정 주기로 비슷한 질문에 사로잡히는 스스로를 보면서…계속 읽기 “빙글빙글 도는 고민의 종착점은”

* 커버 이미지는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한 장면 2019.3.4 영화 <밀양> (5점 만점에 4.5점) – 이창동 감독의 영화 중 내가 처음 본 것은 그의 입봉작 <초록 물고기>였다. 20년이 더 된 영화라 화면은 낡고 화장은 촌스럽고 배경은 낯설었다. 그런데도 마지막 장면을 보고 마음이 마구마구 찡해졌던 기억이 난다. 막 제대한 막동이가 우연히 사랑에 빠지고, 우연히 조폭 세계에 발을 들이고, 그런 우연이 쌓이고 쌓이다가 어느 순간 치명적인 변화로 이야기가 결론지어질 때. 그 ‘가랑비에 옷 젖듯’ 하는 고요함과 결과의 돌이킬 수 없음 사이의 간격만큼 나는 찡했다. –…계속 읽기 “2019년 3월에 본 콘텐츠”

* 커버 이미지는 마르세유 굿마마 아래서 바라본 노을 보름간의 여행, 두 개의 국가, 여섯 개의 도시, 귀국 후 일주일의 휴식. 그렇게 거의 한 달을 쉬고 업무에 복귀했다. 나의 긴 휴가에 대해 알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같은 질문을 했다. ‘여행 어땠어요?’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질문만큼 그들의 표정 역시 기대감으로 가득한 것이 비슷했다. 나는 그럴 때마다 ‘좋긴 했는데, 제가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요. 그래도 좋기는 진짜 좋았는데..’하며 말 끝을 흐렸다. 나의 소감이 상대방의 기대를 약간은 져버리는게 아닐까 하는 우려도 들었다. 하지만 내가 보낸 시간이 여행이라서 혹은…계속 읽기 “프랑스&독일 여행 : 더 가까운 거리에 숭고함”

2019.1.31-2019.2.3 드라마 <킹덤> (5점 만점에 3.5점) – 주변에서 하도 기대하지 말라길래 정말 기대를 안 했더니 생각보다 재밌었다. 또 배두나가 몰입에 방해될 정도로 연기를 못한다길래 얼마나 못하나 기대했는데 나는 전혀 어색한 걸 못 느끼겠어서 의아할 정도였다. 내가 배두나 연기에 익숙해진건가 음? – 일단 서사도 갈등구조도 참 단순하다. 그래서 그런지 좀 더 휘몰아쳤음 좋겠는데 싶어 아쉬운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그래서 쉽다. 쉬워서 좀비에 집중이 잘 된다..ㅎ 또 좀비가 등장하는 씬이나 전투씬, 좀비가지고 인간들이 옥식각신하는 씬, 인간들이 좀비 피해서 오들오들 떠는 씬, 좀비가 인간 뜯어먹는 씬이 생각보다 다채로워서…계속 읽기 “2019년 2월에 본 콘텐츠”

2018 안전가옥 겨울 스토리 공모전 원고 마감이 있은 후, 어김없이 1월엔 심사를 치뤘다. 심사 중 모든 심사단 운영멤버들이 입을 모아 칭찬한 작품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심사내내 어서 그 작품을 읽어보고 싶어 안달이 났다. 하지만 작품을 읽고 난 후 나는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딱히 작품의 매력이나 재미포인트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그 작품에서 특별한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최종 결심 회의에서 다른 운영멤버들에게 나는 솔직한 생각을 이야기했다. ‘모르겠다’고. 사람들은 어떤 걸 모르겠는지, 구체적인 생각과 근거를 물었다. 하지만 내가 모르는게 무엇인지 조차 모르겠는 것이 나의…계속 읽기 “(잘) 모르는 것에 대해 말하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