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가옥에 작가들이 드나들게 하라.”

안전가옥에서 일을 해온 이래 가장 골몰해온 문장이다. 처음 문을 연 안전가옥에 들어서서 텅 빈 책장과 라이브러리를 마주했을 때, 그때부터 이곳을 가득 채운 작가들의 모습을 상상하고는 했다. 이를 위해 안 해 본 일이 있나. 물론 있겠지만 안 해본 고민은 없는 것 같다.

세 가지 단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1. 한 번 방문하게 하는 것 2. 지속적으로 방문하게 만드는 것 3. 묶어두는 것. 이 세 가지를 가능하게 만드는 고민과 방법은 아주 다르다.

한 번 방문하게 하는 데에는 ‘혹하는 매력’이 필요하다. 예쁜 공간, 재밌는 행사 등. 지속적으로 방문하게 만드는 데에는 ‘진심 어린 매력’이 필요하다. 작가 생활에 대해 나눌 수 있는 다른 작가들, 나의 안부를 묻는 직원들을 만날 수 있는 곳. 행사에 찾아온 사람들과 옅지만 단단한 연대감을 느낄 수 있는 곳. 진심 어린 매력은 진심이 없으면 나오지 않는다. 이 부분은 안전가옥이 특히 강한 지점이기도 하다.

위 두 가지가 어느 정도 정성적인 매력이라면, 반면 마지막 단계에 필요한 매력은 꽤나 물질적이다. 작가들을 안전가옥에 묶어두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매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작가가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것들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작업실, 스토리 PD와의 협업 경험, 창작지원금을 제공하고 궁극에는 함께 작품을 만들어 세상에 선보이는 일. 이런 것들이 실질적 매력에 해당할 것이다.

하지만 이 실질적인 매력을 제공하는 안전가옥의 마음만큼은 물질적이지 않다. 세 번째 단계에 들어선 작가님들은 감사하게도 그런 우리의 마음과 노력을 이해해주신다. 안전가옥의 창작 지원 시스템을 경험하면서 작가님들과 안전가옥 사이에는 묘한 동료의식이 생긴다. 그 이후에는 비록 계약으로 엮여있지 않아도, 당장 함께 할 프로젝트를 띄우지 않아도 손 뻗으면 닿는 거리에 서로가 있음을 안다.

실질적인 것의 제공에 기반에는 진심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실질적인 것은 언제나 사람들을 혹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세 번째 매력은 곧 두 번째 매력이 되기도 하고, 첫 번째 매력이 될 수도 있다. 다만 문제는 물질적인 자원은 언제나 늘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공간도, 돈도, 인력도 말이다. 그게 참 아쉬운 점이다.

지난 3월부터 5월. 총 3개월간 [파트너 멤버, 3개월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김효인, 황수현, 한켠, 류연웅. 이렇게 4명의 작가님이 안전가옥의 스튜디오 작업실을 이용했다. 단순히 공간만은 아니었다. 프로그램 홍보 포인트가 ‘공간 이용을 시작으로, 안전가옥과 더 많은 프로젝트를 함께 하고 싶은 창작자를 기다립니다.’였으니. 작가님들은 스토리 PD 두 분과 맛보기 개발 미팅을 진행하면서 각자 단편소설, 트리트먼트, 기획안 등 작품을 만들어나가셨다. 이런 프로그램을 세팅하고 그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는 것은 나에게 큰 즐거움이었다.

프로그램이 모두 끝난 5월 31일, 안전가옥에 다녀간 효인 작가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2월에 처음 여기 왔을 때 억새가 다 베어져 있었잖아요. 그때 쏠이 ‘여름 되면 걸어 다니기 힘들 정도로 억새가 무성해진다’고 했는데. 진짜 그렇게 되었네요.” 가든을 보니 정말 억새가 무성했다. 시간이 흘렀음을 느꼈다. 그 시간이 흘러서 안전가옥은 또 동료를 얻을 수 있었다. 3개월의 시간만 시간이었던 건 아닐 테다. 내가 처음 안전가옥에 왔을 때는 가든에 억새가 막 심어지고 있었다. 이제는 주문하기 전부터 무슨 음료를 먹을지 모두 알고 있는 작가님들이 안전가옥의 작업실을 오고 간다. 안전가옥은 10명이 넘는 작가와 책 작업을 진행했고, 진행하고 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시간이 흘렀음을 억새만 알려주는 것은 아니어서 참 다행이라고, 나는 무성한 억새를 보면서 생각했다.

 

동그라미 인스타그램 @lookaroundthe.s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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