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한 해, 내 마음이 요동친 길을 그래프로 그릴 수 있다면? 아휴, 말도 말자. 골은 깊고 주기는 긴 묵직한 파도가 쉼없이 밀려오곤 했다. 파도는 해변에 닿는다고 깨지는 법이 없었다. 나는 그 물길 속에서 중심을 잡고 서있느라 자주 머리를 싸맸다. 연말이라고 서두른 적도 없는데, 타이밍 좋게도 나는 지금껏 내가 뿌린 고민의 답을 수확하며 12월을 보냈다. 덕분에 지난 한 달동안 ‘편안해’ ‘평화로워’ ‘안정적이야’ 하는 말을 달고 지냈다. 문제가 줄고 고민이 적고 생각이 드문, 대신 할 일만 많은 평화다. 요동이 거칠었던만큼 지금의 잠잠함이 나는 무척이나 자랑스럽다. 그래서 지금의…계속 읽기 “2018 문장들 : 일 년 회고”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다가 책을 한 권 샀다. 책의 제목은 <그녀에게 말하다>. 씨네21 김혜리 기자가 예술 분야에서 일종의 ‘쟁이’라고 불리는 사람들 21명을 만나 나눈 대화를 모은 인터뷰집이다. 목차를 보고 읽고 싶은 부분만 훑어보던 중에 이창동 감독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대목을 만났다. 김혜리 : 말을 바꾸어, 영화가 의미 있기 때문에 영화를 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이유를 불문하고 영화 만들기가 행복해서 영화를 하지만 거기 의미도 있다면 좋겠다고 소망하시는 건가요? 이창동 : 그 두 경우는 분명 다르죠. 하지만 따로 오는 것이 아니에요. 감독의 답변을 세 번 네 번 반복해서 읽었다. 그래,…계속 읽기 “덩어리는 덩어리로 보기”

조금 ‘다른 사람들’이 나오는 영화를 좋아한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거나 사회적으로 문제시되는 사람들이 투닥투닥 덜그럭 거리며 한 두 걸음 나아가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별난 사람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엿을 날리는 모습이 통쾌하기도 하다. <펀치 드렁크 러브>,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로얄 테넌바움>,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스위스 아미 맨> 이런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나의 영화 취향을 쉽게 눈치 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최근 <미스 리틀 선샤인>이라는 영화를 봤다. 넷플릭스에서 묵직한 드라마를 정주행한 후였던지라 단숨에 볼 수 있는 영화를 찾고 있었는데, 그렇게 한참을 뒤적이다 귀여운 이름을 가진 이 영화를…계속 읽기 “영화 리뷰. <미스 리틀 선샤인> : 중2병은 낫는 것이 아니라 참는 것이다.”

주말마다 그림을 배우고 있다. 원기둥, 구, 육면체 같은 형태를 배우고 빛과 명암을 배운다. 색을 쓰는 방법을 익힌 후 사진을 따라 그린다. 취미인 만큼 각 단계를 속성으로 배우고는 있지만 밟아야 하는 단계는 고루 거치고 있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간단하다. 대상을 선정하고, 보고, 그린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긴 훈련이 필요하다. 원하는 굵기로 선을 바르게 그리고 싶다면 손의 근육이 마음처럼 따라줄 때까지 선을 그어보아야 한다. 주어진 재료로 색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그림 하나에 색을 과하게 칠해보고 결과를 확인하는 일을 여러 차례 반복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어려운 건…계속 읽기 “그림을 배우고 있다.”

가이드를 주지 않는 부모님 아래서 자랐다. 부모님은 언제나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너는 뭐든 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해주는 존재였다. 못 한다고 꾸짖지도, 잘 한 일을 과하게 칭찬하지도 않았다. 그저 묵묵하게, 아주 묵묵하게 내 움직임을 지켜봤다. 그저 내가 도움이 필요하다 이야기하면 딱 필요한 만큼의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다시 나를 지켜봤다. 내준 만큼 기대할 법도 한데 그들은 크게 내색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물으면 또 다시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잘 할 수 있다 믿는다고 말했다. 배부른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줄곧 그게 답답했다. 굳건히…계속 읽기 “인생 회의중 2. 할 수 있음의 함정에 빠지지 마라”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은 리치필드 여성 교도소 이야기를 담은 긴 호흡의 드라마다. 이야기는 주인공 ‘채프먼’을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주인공만큼 중요한 인물들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군상극에 가깝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면서 각자의 죄목이 조금씩 드러날수록 그들이 범죄자라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그렇다. 그들은 범죄자다. 강도, 마약, 그리고 때로는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 하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시즌 1 첫 에피소드에서 느껴졌던 무시무시함이 옅어지는 건 왜일까. 그들과 같이 웃음 짓고 키득거리다가, 마침내 함께 눈물 지으며 꿈꾸게 되는 것은 대체 왜일까?   감옥으로부터의 사춘기 사춘기라는 것이 성장에 따른 자연스런 흐름이 아니라 학교가 만드는 우울증이라고…계속 읽기 “넷플릭스 리뷰 2.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 이상하게 내 얘기 같아.”

요즘 넷플릭스에서 <하우스 오브 카드>를 열심히 보고있다. 아침 출근길부터 퇴근길, 늦은 귀가 후 잠에 들기 전, 주말 약속 사이 사이를 <하우스 오브 카드>가 꽉꽉 채우고 있다. 그런데 무언가 좀 이상하다. 분명 쉬기 위해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고 그런 취지를 생각하면 충분히 잘 쉬고 있는건데, 점점 피곤해진다. 요새 유독 목이 뻐근하고 허리가 아프다 느끼게 된 것도 어쩌면 다 드라마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우선 드라마 시청 시간이 적정 수준을 넘어섰고, 무엇보다 <하우스 오브 카드>의 내용이 사람을 긴장시키는 탓도 크다. 피만 안 튀겼지(물론 피도 가꿈 나오고, 사람도 죽고…계속 읽기 “넷플릭스 리뷰 1. <하우스 오브 카드> : 살아내어 버리겠다,는 의지”

태초부터 탄생의 이유와 목적을 목걸이에 새겨 걸고 엄마 자궁 속을 걸어나온 사람은 없다. 하지만 나는 이미 태어나버렸는 걸. 그럼 이유가 있는게 아닐까? 이유없는 결과라니, 말이 안되잖아. 애초에 답이 없는 문제를 가지고 이렇게 끙끙댔다니, 더 말이 안되잖아. 나는 어쩌면 그저 답이 있기를 바란 걸지도 모른다. 사실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희망하다가 결국 탓할 곳조차 없어서 나는 속절없이 억울했다. 그렇게 나는 답이 없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끝없이 묻다가 잔인한 답만을 영원한 구원처럼 여긴 적도 있다. 하지만 답이 없는 질문이 무의미한 것은 절대 아니다. 질문을 하는 이유는 더 좋은 질문을 찾기…계속 읽기 “인생 회의중 1. 탄생을 회의해 본 사람만이”